[ESPN] 사이 영 상의 기준을 무너뜨리고 있는 제이콥 디그롬
[ESPN] 사이 영 상의 기준을 무너뜨리고 있는 제이콥 디그롬
Jacob DeGrom Is Breaking The Cy Young Formula
[ESPN = Neil Paine]
최하위권에 가까운 그의 팀, 메츠도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에이스 디 그롬은 사이 영 상을 쟁취하는 방법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디그롬의 방식은 승수와는 관련이 없다.
투수에게 있어 ‘승리’라는 요건은 이미 세이버메트릭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닥 중요한 요사가 아닌지 오래다. 그리고 제이콥 디그롬의 2018 시즌은 세이버메트릭스 신봉자들에게는 전통적인 스탯 옹호론자들에 큰 한방을 날린 것과 다름없는 사건이 됐다.
올 시즌 159이닝을 던진 디그롬은 현재 가까스로 1.81의 평균 자책점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문제는, 그가 7승 7패의 빈약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메츠 타자들이 에이스가 출전한 날엔 유독 점수를 내지 못했던 것도 크게 작용했다. 디그롬은 역사상 승보다 패가 많은 시즌을 보냈던 투수들 중 2번째로 좋은 평균 자책점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디그롬의 기록은 그의 퍼포먼스를 평가하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승수’가 야구 미디어에서 얼마나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느냐는 시즌 후, 디그롬의 사이 영 상 수상 여부가 결정 날 때 쯤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디그롬이 사이 영 상 투표에 관한 전형적인 기준들을 얼마나 흔들어 놓을 지에서 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예로, ESPN의 사이 영 트래커같은 것들 말이다.
ESPN 사이 영 트래커는 투수의 전통적인 스탯들을 사이 영 상 수상 가능성과 연관 지어 점수로 도식화 한 것이다. 이 지표에 의하면 디그롬의 사이 영 상 점수는 10위에 불과하다. 그가 WAR 측면에서 1901년 이후 메이저리그 역사 전체에서 TOP 50, 혹은 그에 준하는 페이스를 보이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야말로 세이버메트릭스와 전통적 지표 사이의 괴리는 ‘운니지차‘. 진흙과 구름의 만큼이나 큰 상황이다.
하지만 순전히 사이 영 트래커가 오류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기반으로 도출됐으며, 전통적으로 사이 영 투표가 어떻게 행해졌는지를 재현할 수 있는 지표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시즌 디그롬의 성적이 ‘전통적인 지표’와 ‘현대적인 측정도구’ 사이의 엄청난 괴리를 드러낸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역대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중 WAR 선두를 차지했던 선수들만을 살폈을 때, 올 시즌 디그롬은 25번 째로 높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디비전 분할이 시작된 1969년부터 자료를 찾을 수 있는 사이 영 트래커에 따르면 디그롬은 단연 최하위다.
ESPN 사이 영 트래커와 WAR 선두 사이의 괴리 : 제이콥 디그롬
역사적 사실에 의거해 말하자면, 썩 좋은 승패 기록이 아닌 경우, 사이 영 기회는 꿈도 꾸지 않는 게 좋다. 2010년 13승 12패의 기록으로 사이 영 상을 탄 펠릭스 에르난데스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디그롬의 사이 영 상 도전도 이 케이스가 있기에 가능하다.
디그롬의 사이 영 상 라이벌은 바로 맥스 셔저. 그는 사이 영 트래커 수위를 달리고 있으며 투수 WAR 2위다. 전통적인 승수 스탯도 16승 5패로 훨씬 납득이 가는 후보다. 어쩌면 투표자들은 구식-신식 평가 방법 사이에서 선택해야하는 책임을 회피하기위해 셔저에게 투표하는 방법을 택할지도 모른다.
허나 투표자들 역시 디그롬이 2018년 가장 독보적인 활약을 펼친 투수라는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글자 그대로 ‘상’이라는 것이 영예를 칭하는 것이라면 주인공은 바로 디그롬이다.
그가 사이 영의 주인공이 되느냐 마느냐는 수상 이외에도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스포츠 미디어에서 ‘새로운 통계’를 받아들이고 그것이 주류가 될 것이냐, ‘오래된 유물’이 위엄을 과시할 것이냐 사이에서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시점에 있다.
* ESPN NL 사이 영 트래커 순위 (8/18)
** 디그롬과 셔저 메이저리그 fWAR 비교 (8/18)
원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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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버메트릭스와 전통적 지표들인 승수, 평균자책점 등이 정면충돌하는 시즌이 되겠네요.
저는 킹 펠릭스가 사이 영 상을 수상했던 시즌에는 지금만큼 메이저리그와 세이버메트릭스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시절이라 당시 어떤 논란이 있었는지는 가늠이 잘 안되네요.
당시 양키스의 C.C 사바시아와 경쟁했다고 하는데, 킹은 249이닝을 던져 2.27의 ERA로 13승 12패, 232삼진을 잡아냈습니다. 사바시아는 237이닝에 평균자책점 3.18, 21승 7패를 올렸습니다. 삼진도 197개를 잡아냈네요. 당시 fWAR은 킹이 5.9, 사바시아가 5.1이었습니다만 AL에선 디트로이트의 저스틴 벌렌더가 6.3으로 가장 높았네요.
킹은 당시 매리너스 타자들로부터 매우 빈약한 득점 지원을 받기로 정평이 나있었습니다. 디그롬도 이번 시즌 12점을 지원받았던 로키스 전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득점 지원이 매우 적었죠. 5월 이후로 16경기에서 107이닝을 던졌으나 단 28점만을 받았죠. 9이닝당 2.36점을 지원받았습니다. 콜로라도전을 제외하면 100이닝동안 단 16점, 9이닝당 1.44점 밖에 받지 못하는 극악의 환경이었죠. 물론 최근 두 경기에선 8점을 지원받아 사이 영 도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사이 영의 자격요건'이라고 불릴만큼 엄격한 스탯인 '200이닝'요건을 깨고 클레이튼 커쇼가 단 198.1 이닝을 던지고도 사이 영 상을 탔던 2014년에도 상당한 논란이 있었는데요, 디 그롬이 '승수'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도 수상한다면 그 때보다 더 큰 논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2016년, 아메리칸 리그에서 22승을 거둔 릭 포셀로가 그보다 승수를 제외한 모든 1차 스탯에서 우위를 점했던 벌렌더를 제치고 사이 영 상을 수상했을 때도 꽤 큰 논란이 있었으니까요.
만약 디그롬이 한 자리 수의 승수로 사이 영 상을 타는 일이 발생한다면 정말로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질 것 같네요.
올 시즌, 메츠는 왕년의 에이스 맷 하비를 트레이드하며 본격적으로 디그롬을 왕좌에 앉혔습니다. 그에게는 여러 가지를 증명할 수 있는 시즌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