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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etween the Posts] 이탈리아-잉글랜드 : 전술적 우여곡절이 많았던 결승전

즐라쭈리 2021. 7. 14. 01:41

이탈리아-잉글랜드 : 전술적 우여곡절이 많았던 결승전

[BTP] Italy – England: Tactical Final With Twists And Turns (1-1, 4-2 After Penalties)

[Between the Posts = Emmanuel Adeyemi-Abere]

 

유로 2020 본선 전에는 다크호스 정도 취급을 받던 이탈리아였지만 진보적인 스타일로 대회를 빛내며 아주리 군단의 귀환을 알렸다. 대회 개막부터 터키를 3-0으로 제압했고 여섯 경기를 이기며 우승의 문턱까지 다다랐다. 로베르토 만치니의 전사들이 막을 수 없는 힘을 자랑했다면 잉글랜드는 난공불락의 철벽임을 증명했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휘하 삼사자 군단은 그들이 여태 보여준 안정감을 전면에 세웠다. 스펙타클한 공격축구를 원하는 외침을 뒤로하고,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55년 만에 처음 밟은 결승전까지 단 한 골만을 실점한 팀을 만들었다. 이제 웸블리에선 역사에 남을 두 팀의 경기만이 남았다.

만치니는 평소와 같은 4-3-3으로 임했다. 페데리코 키에사가 스페인전 교체로 나가면서 부상 우려가 있었던 것이 결승전을 앞둔 유일한 걱정거리였다. 결국 만치니는 그를 선발 오른쪽 윙어로 낙점했고 준결승전과 같은 라인업을 냈다.

한편 잉글랜드 더그아웃의 사우스게이트는 5-2-3 대형으로 돌아왔다. 준결승 덴마크전과는 변화가 있는 셈. 키에런 트리피어가 부카요 사카를 대신해 선발로 나와 파이브 백의 우측에 섰다.

이른 골과 경기 양상

 

잉글랜드가 사용하는 전술에 비추어, 우리는 그들이 행하고자 하는 계획이 효과를 보기 위해선 득점과 경기 양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유로 대회를 통틀어 그들이 끌려간 시간은 단 9분 밖에 되지 않는다. 잉글랜드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상황에 놓이는 것과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인 경기 운영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홈 팀에게 이보다 좋은 시작은 없을 것이다. 이탈리아의 코너킥부터 루크 쇼가 키에사의 압박을 물리쳤고 해리 케인에게 볼을 보냈다. 하프라인까지 볼을 몰고 올라간 케인은 반대편에서 질주하는 트리피어 쪽으로 전환했다. 박스 구석에서 올린 크로스는 먼 포스트 쪽의 쇼에게로 향했고 그는 지체 없이 하프발리슛을 때렸다. 삼사자가 포효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2분에 불과했다.

윙들의 전쟁에서 우위를 점한 잉글랜드

이른 골로 탄력받은 잉글랜드는 이탈리아 수비를 여러 차례 곤혹스럽게 했다. 케인은 스페인의 올모가 그랬듯 중앙 공격수로 뛰었지만 파이널 서드까지 나와 전진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전술적 측면에서 이탈리아를 곤경에 빠뜨린 건 중앙이 아니라 측면이었다.

4-3-3 대형에서 3-4-3 으로 변화를 취한 사우스게이트는 수비에 한 명을 더 두었다. 이 변화의 의도는 뻔했지만 이 역시 수비적으로 이탈리아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14분 : 잉글랜드는 이탈리아 블록의 바깥쪽을 공략하기로 했고 쇼는 마운트가 언더랩하는 것을 확인했다.

중앙을 잘 틀어막고 있던 이탈리아였지만 중앙 수비수들이 제때 붙어주지 못해 무턱대고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잉글랜드 측면 자원들은 무인지대를 잘 활용했고 윙백들은 계속해서 이 루트를 활용할 수 있었다. 구조적으로 잉글랜드에 이점이 있었음이 명확했고 그들의 전략적 성향도 잘 맞아 들었다.

인내심 없던 이탈리아

 

선제골에 힘입어 잉글랜드는 이탈리아가 그들의 5-2-3을 깨러 들어오게끔 만들었다. 최정상급 팀 간 대결에서 확실한 우위에 있었고 사우스게이트 사단은 뒤로 물러나 수동적으로 수비한 경험이 많았던 데다 이 계략을 군더더기 없이 수행할 줄 안다.

이탈리아는 공을 쥐면 4-3-3에서 3-2-4-1로 공격적인 구조를 취했다. 우측은 지오바니 디 로렌조가 두 명의 중앙 수비수와 후방에 남는 한편 키에사는 높이 올라가 넓게 빠지곤 했다. 왼쪽에선 풀백 에메르손이 측면 높이 올라가 로렌조 인시녜를 중앙에서 뛰게끔 했다. 이 덕에 우측 하프스페이스에서 니콜로 바렐라는 마르코 베라티와 조르지뉴보다 높은 지점에서 활동하며 중원에서 박스를 형성했다.

캘빈 필립스는 계속해서 미드필드 라인 너머로 나와 베라티를 봉쇄하는 한편, 잉글랜드는 전반 30분 이후로는 윙어들을 내려 5-4-1의 수비적인 형태를 취했다. 그들이 단호하게 수비하는 바람에 이탈리아는 자신들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 어려웠다. 반복되는 문제는 볼이 제대로 돌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잉글랜드는 언제나 물러난다는 마인드였고 아주리의 공격진들이 갇혀버려 라인 브레이킹은 해답이 되지 못했다.

외려 이탈리아 공격수들은 다른 선수들이 더 높은 지점으로 올라가기 전까지 볼을 지키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했고 잉글랜드 수비 블록을 움직이기 위해선 역동적인 패스가 필요했다. 그런 면에서 깊은 지점이나 볼에서 더 먼 쪽의 선수를 찾는 것은 리스크가 컸고 다소 인내심이 부족했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조별리그 터키전에서 이런 문제에 부딪힌 적이 있으나 승리를 위해 접근법을 잘 조정했던 바 있다. 이번에도 같은 일이 일어날까?

차이를 만들어 낸 만치니

후반 들어 만치니 감독은 빠르게 두 가지 변화를 두었는데, 포인트는 측면이었다. 바로 임모빌레를 빼고 도메니코 베라르디를 투입한 것과 키에사를 왼쪽으로 보내 인시녜를 스리톱 중앙으로 옮긴 것. 이 교체의 결과로 아주리 군단은 이제 스트라이커 없이 경기를 하게 됐다. 전방에 센터 포워드를 없앴음에도 이 시점부터 이탈리아의 칼끝은 훨씬 더 날카로워 보였다.

62분 : 이탈리아의 공격 메커니즘 중 하나. 인시녜가 바깥쪽으로 빠지면 베라르디가 우측면에서 비어 있는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를 활용한다.

이탈리아의 공격 작업은 점점 라인과 라인 사이에서 벌어졌고 에메르손은 왼쪽 높이 올라가 측면을 폭격했다. 인시녜도 더 넓은 공간이 열린 곳에서 뛰자 비로소 살아났다. 잉글랜드는 수비적인 태도를 고집했지만 이탈리아가 공격으로 분위기를 찾아가고 있음에도 이렇다 할 제동을 걸 수 없었다. 키에사는 60분경 막히기는 했으나 근거리에서 훌륭한 슈팅을 날렸고, 몇 분 뒤에는 매과이어가 필사적인 클리어링을 할 수밖에 없던 날카로운 크로스도 쐈다.

기민한 키에사 때문에 잉글랜드는 코너킥을 내줬다. 볼은 여차저차 먼 포스트로 흘렀고 조던 픽포드가 몸을 던졌으나 베라티의 헤더는 골대를 맞았다. 하지만 볼은 조금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보누치에 향했고 골망을 갈랐다. 동점골은 경기의 상황을 반영했으며 이탈리아는 비로소 정돈된 듯 보였다.

잉글랜드의 멱을 잡아챈 이탈리아

사카가 트리피어를 대신해 오른쪽 윙어로 뛰면서 잉글랜드는 4-3-3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 변화도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잉글랜드가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틈이 거의 없었다. 수비에 다섯을 둔 이탈리아는 케인 쪽으로 많은 수를 배치해 잉글랜드의 유일한 수단인 롱볼까지 차단해버렸다. 제아무리 케인일지라도 두 명의 센터백 사이에서 롱 볼을 받기란 버거울 따름. 90분까지 교착상태가 이어졌다.

두 감독 모두 연장 들어 변화를 취했다. 메이슨 마운트를 대신해 들어간 잭 그릴리쉬가 타고난 개인 기량으로 파울을 얻어내면서 약간의 안도감을 주었다. 반면 다시 정통 포워드로 들어간 안드레아 벨로티는 정체됐던 아주리가 라인 사이에서 콤비 플레이를 재개할 수 있게 도왔다. 그러나 양 팀 모두 득점에는 실패했고 경기는 승부차기로 향한다.

되살아난 승부차기의 악령

승부차기가 다가오자 마커스 래시포드와 제이든 산초가 투입됐다. 사우스게이트의 수는 명확했다. 이 둘의 투입은 확실히 승부차기를 염두에 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래시포드는 발을 구르며 뜸을 들였고 지안루이지 돈나룸마를 속이긴 했으나 골대를 맞추고 말았다.

여섯 번째 페널티 킥 전까지 잉글랜드가 앞섰으나 이제는 대등해진 셈. 설상가상으로 산초도 놓쳐 조르지뉴에게 우승을 결정지을 기회를 내줘버렸다. 하지만 픽포드가 조르지뉴의 킥을 막아내며 제 몫을 했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는 찬스를 사카에게 마련해 줬다. 하지만 축구란 잔인한 법. 돈나룸마는 이 어린 윙어의 킥을 막아냈고 트로피를 축구의 Home이 아닌 Rome으로 가져갔다.

Forza Italia! 잿더미에서 날아오른 불사조처럼, 이탈리아의 부활은 비로소 방점을 찍었다. 성공의 중심에는 로베르토 만치니가 있다. 그는 선수들이 날개를 펼 시스템을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대회 내내 팀에 효과적인 변화를 냈다. 응당 이러한 찬사를 받을만한 인물이다.

이러한 결과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는 결과에 편향된 채 이뤄질 수밖에 없겠다. 분명 패장인 사우스게이트를 비난하기란 쉬울 것이다. 그는 25년 전 자신이 그랬듯 잉글랜드가 장애물을 넘도록 이끌지도 못했으니까. 경기 운영 전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겠지만 여전히 삼사자 군단의 전망은 밝다. 분명 그들은 나아지고 있으며 월드컵에서 다시 기회를 노릴 것이 틀림없다.

원문 링크

https://betweentheposts.net/italy-england-tactical-final-with-twists-and-turns-1-1-4-2-after-penalties/

패스맵, xG 등의 스탯을 제공하던 Between the Posts가 유로 기간 동안 무료 열람을 허용했는데요.

대회 마지막 경기까지 마쳤습니다. 참 재미있고 보는 맛 있는 대회였는데 오랫동안 응원해오던 이탈리아가 우승까지 해내서 더 즐거운 것 같네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월드컵을 기다릴 수 있겠어요 ㅎㅎ

이 사이트에선 패스맵이나 xG 자료만 취하고 사실 전술 번역까지는 잘 살피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로 카운터프레셔, 하프스페이스, Zone14 등 최근 축구 전술을 다루는 데 있어 중요한 개념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네요. 관심있으신 분들은 제 시리즈 글이나 원문에 전술 개념에 대해 보충 설명도 돼 있으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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