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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ween the Posts]이탈리아-벨기에(2-1) : 하프스페이스를 맛깔나게 요리한 이탈리아

즐라쭈리 2021. 7. 5. 10:09

[BTP] 이탈리아-벨기에 : 하프스페이스를 맛깔나게 요리한 이탈리아

Belgium – Italy: Tasteful Italians Build Roads Through The Halfspaces (1-2)

 



[Between The Posts = Joel Parker]

 

벨기에가 손 쓰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그들의 5-2-3 전형은 중원에서 철저히 이탈리아에 유린당했다. 아주리는 능수능란하고 위풍당당하게, zone 14 안팎으로 공격을 퍼부어댔다. 이제 준결승전으로 나아가는건 로베르토 만치니 휘하에서 르네상스를 맞이한 이탈리아 쪽이다.

 

 

 

 

두 로베르토가 마지막으로 맞붙은 것은 2013 FA컵 결승에서, 각기 다른 팀의 감독을 맡고 있을 때다. 당시 마르티네즈 체제하에서 강등된 위건은 만치니의 맨체스터 시티에 충격을 안기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어제 경기에선 두 감독의 차이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벨기에는 지난 대회 우승 팀 포르투갈을 꺾고 8강에 올랐지만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빌드업부터 균형이 맞지 않는 듯 보였으며 수비 컨트롤도 별로였으나 포르투갈이 처참할만큼 기회를 못 만든 덕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만치니의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유기적인 포지션 변화를 보이는 팀이다. 비록 오스트리아에 벼랑 끝까지 내몰리긴 했지만. 이탈리아는 탁월한 공격력으로 유로 2020을 빛내고 있음에도 압박에 관한 문제점들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벨기에 기병대를 만나는 것이 분명 확실한 시험대가 될 것이리라.

이탈리아는 지난주 승리한 오스트리아전 라인업에 두 가지 변화를 더했다. 주장 조르지오 키엘리니가 프란체스코 아체르비를 대신해 수비진에 돌아왔고 오른쪽 윙에 도메니코 베라르디 대신 페데리코 키에사가 나선다.

벨기에는 에당 아자르가 허벅지 부상으로 결장하는 한편 케빈 데 브라이너는 다행히 선발로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포르투갈전 선발에 비해 하나의 조치만 취했는데 제레미 도쿠를 스리톱의 한 자리로 세운 것이었다.

 

 

 

 

하프스페이스 장악

 

볼 점유 싸움에서 우세한 쪽은 이탈리아였다. 그들의 접근법은 하프스페이스로 볼을 보낼 때 보인 높은 성공률이었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벨기에를 괴롭혀댔다. 대회 내내 보았듯 이탈리아의 빌드업 구조는 다양했고 대부분 3-3-4 혹은 3-2-5 포맷을 띠었다. 

 

 

5-2-3을 들고 나온 벨기에 수비 블럭을 상대로 이탈리아는 2선에 오버로드<특정 구역이나 존에 한 팀이 상대보다 더 많은 선수를 배치하는 것>를 활용함으로써 상대 전방 스리톱의 압박을 건너 뛰어 편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중앙에 있던 로멜루 루카쿠, 데 브라이너, 도쿠는 그다지 공격적인 압박을 펼치지 않았으며 벨기에 윙백들의 위치도 높다고 볼 순 없었다. 이 덕에 이탈리아 풀백들과 와이드 미드필더들은 볼을 받고 돌아 다음 패스 선택지를 고를 충분한 시간을 누렸다.

 

 

 

레오나르도 스피나촐라가 왼쪽에서 토마스 뫼니에를 수비 라인에 꼼짝 못 하게 붙들어 놓자, 유리 틸레망스는 볼을 받은 선수를 압박해야 했기에 우측 하프스페이스 아래로 내려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악조건들 때문에 틸레망스 주변 공간은 엄청나게 넓었고 마르코 베라티와 로렌조 인시녜는 아주 자유롭게 왼쪽 하프스페이스를 드나들었다.

2대1 혹은 3대2 오버로드로 만치니의 이탈리아는 오랫동안 중원에서 볼을 소유할 수 있었다. 벨기에의 전체적인 진형이 이들을 견제하기 위해 쏠리면 조르지뉴와 치로 임모빌레도 소유권 경쟁을 돕곤 했다. 지오바니 디 로렌조가 깊숙이 내려앉아 위치를 지키는 동안 니콜로 바렐라는 적극적인 수직 움직임으로 공수를 오갔다. 이 때문에 악셀 비첼이 중앙에서 측면으로 딸려 나오곤 했는데, 그러면 페데리코 키에사에게 윙백과 센터백 사이 벌어진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20분 : 'Up-Back-Through'로 만든 인시녜의 찬스. 디 로렌조가 협소한 공간에 있는 임모빌레에게 볼을 건네고 다시 베라티(회색)에게, 그리고 전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시녜(검은색)에게 전달하자 그가 박스 안까지 진입하는 장면.

<Up-Back-Through는 공격수에게 패스(Up)하면서 공격수가 마크맨을 달고 나오고 다시 내려앉은 선수에게 패스(Back), 공격수가 끌어낸 공간으로 제3자가 쇄도(Through)하는 것>

 

볼을 잡은 인시녜는 '10번의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틸레망스가 막고 있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이 Up-Back-Through로 인해 그가 보지 못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중원에서부터 파이널 서드까지 이 방법으로 전진해나갔다. 물론 이 동안 공은 채널(하프스페이스)을 따라 수직적으로, 다시 밖에서 안으로, 벨기에 수비 플랜의 약한 부분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였다.

이러한 면에서 아주리는 하프타임 전에 두 골을 넣을 자격이 있었다. 첫 골은 빠른 프리 킥에 이은 우수한 카운터프레셔<볼을 잃자마자 주변 선수 여럿이 압박을 우르르 시도하는 것. 역습이 우르르 뛰어 가듯>로부터 시작됐다. 베라티는 데 브라이너가 페널티 박스 구석으로 진입하는 바렐라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틈을 타 볼 탈취 후에 빠르게 찔렀고, 바렐라는 뛰어난 컨트롤로 벨기에 수비수 사이에서 볼을 먼 쪽 포스트로 찔러 넣었다.

두 번째 골 장면은 이탈리아가 좋은 위치를 얼마나 쉽게 선점하는지를 보여주었다. 벨기에는 실점한 뒤 전체적인 포지션 수정 없이 압박 강도를 높였다. 지안루이지 돈나룸마가 베라티를 향한 패스로 1선 압박을 쉽게 벗겨냈고 바렐라는 왼쪽에 2대1 오버로드 상황이 발생한 것을 포착하고 망설임 없이 인시녜에 전진 패스를 한다. 인시녜는 틸레망스를 제쳐버리고 멋진 궤적의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갈라버렸다. 

벨기에는 하프타임 직전 페널티 킥으로 응수했지만 이미 어느 쪽이 더 나은 팀인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벨기에의 역습은 왜 먹혀들지 않았나

 

 

벨기에가 이 정도로 못 하지 않았더라면, 좀 더 소극적으로 수비하고 이탈리아가 중원을 장악하게 둔 것은 어쩌면 나쁜 게임 플랜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탈리아 선수들이 좋지 않은 타이밍에 카운터프레셔를 걸면 벨기에 미드필더진이 치고 올라올만한 공간과 공격수들이 수비수들로부터 떨어져 활동할만한 여유가 생기기도 했으니. 

 


벨기에는 루카쿠와 도쿠를 소유권 싸움에서 배제시키고 데 브라이너를 내려 공수전환의 앵커로 쓰는 변화를 뒀다. 마르티네즈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접근법은 거의 10년 동안이나 그랬던, 볼을 운반하는 미드필더 데 브라이너에 전권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루카쿠는 오른쪽에서 혼자 힘으로 헤쳐나가야 될 운명에 놓인 채.

 

 

<벨기에(왼쪽)와 이탈리아(오른쪽)의 실제 평균 포메이션. 윙백이 전진하지 못하는 벨기에는 오른쪽 공격이 없는 수준이었다>

 

 

데 브라이너는 다른 옵션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전방으로 전진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기도 했는데, 중앙 미드필더나 윙백을 향해 측면으로 패스하려 해봐야 그들은 데 브라이너보다 뒤에 있어 더 나은 기회로 이어지지 못했다. 벨기에의 찬스는 오히려 이탈리아의 인터셉트 시도 실수나 데 브라이너가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을 때 생겼던 셈. 하지만 슛은 대부분 골문 밖으로 나가거나 돈나룸마에 막혔다.

 

 

 

 

25분 : 조르지뉴가 좋지 않은 타이밍에 카운터프레스를 걸자 데 브라이너에게 역습 기회가 왔다. 하지만 일반적인 패턴이었고 지원도 별로 없어 수비가 예측할만한 수준이었다. 루카쿠가 좋은 슛을 날렸지만 돈나룸마에 막히며 큰 데미지를 주지는 못했다.

루카쿠는 데 브라이너의 볼 운반으로 한 번 더 기회를 얻었다. 그는 조르지뉴를 지나 키엘리니에게서 떨어져 있던 루카쿠를 봤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에도 루카쿠가 슛을 쏠 때 이탈리아는 네 명의 수비수가 그 앞을 지키고 있었다. 도쿠는 박스 밖에, 데 브라이너는 박스 구석에 머물러 있었을 뿐.

 

 

 

 

 

강해진 압박도 견뎌낸 아주리

 

 

마르티네즈는 수비 시 팀 대형을 약간 바꿨다. 선발 윙백이었던 토르강 아자르를 중원으로 들였고 얀 베르통언을 측면으로 보내 키에사 견제에 나섰다. 이제 필드 전체로 압박 강도를 높였지만 여전히 벨기에 더블 피보테 뒷공간은 공략 대상이었다. 

 

 

이탈리아엔 강한 압박에 대한 해결책도, 풀어나갈 패턴도 준비돼있었다. 베라티 혹은 조르지뉴가 하프라인을 넘기 전에 풀백으로부터 월 패스를 하거나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그대로 임모빌레에게 롱패스를 찌르는 방법이다. 임모빌레는 늘 골대를 등지고 볼을 받을만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놓고 있었다. 때로는 스피나촐라와 스위칭을 하기도 했는데 스피나촐라를 막던 뫼니에가 수비라인 깊이 내려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51분 : 디 로렌조는 수비라인에서 미드필드 3선까지 볼을 몰고 나가 좁은 공간으로 찔러 넣는 엔트리 패스를 성공시켰다. 순식간에 벨기에 2,3선 수비가 뚫렸고 바렐라에게 쉽게 전달됐다.

이런 식으로 수비 깊은 곳부터 볼을 직접 운반하는 것도 벨기에가 골머리를 앓게 했다. 뒤지고 있는 그들은 쫓아가야 하는 입장으로 미드필드부터 전체적으로 전방 압박을 해야 했으니 말이다. 때문에 이탈리아는 벨기에의 라인 사이에서 충분한 공간을 누렸고 바렐라나 인시녜 같은 선수들은 가로막는 수비수 없이 골문을 향해 내달릴 수 있었다. 

이런 패턴이 만들어졌음에도 전술은 완벽할 수 없는 법. 물론 이탈리아도 한두 개의 약점들이 있었다. 임모빌레의 터치는 좋지 못했으며 어쩌면 이런 시나리오는 벨기에에 유리한 면도 있었다.

 

 

쉼 없는 도쿠의 돌파, 살짝 모자랐던.

 

벨기에는 어떻게든 슛 기회를 만들려 했고 제레미 도쿠는 팀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이날 도쿠의 8번의 드리블 성공은 대회 최다 기록이며 그중 7번이 후반전에 나왔다. 그리고 이것은 유일하게 주목할 만한 벨기에의 공격 방식이었다.

이탈리아 공격이 실패한 뒤, 왼쪽 아래에서 공간이 난 도쿠는 안쪽으로 파고든 후 잘 침투한 데 브라이너를 향해 스루패스를 찔렀다. 하지만 아주 가까운 거리였음에도 루카쿠의 슛은 스피나촐라에 막혔고 코너킥이 됐다.

도쿠가 아주리를 잘 흔들어댔지만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를 무너뜨리기에 벨기에의 빌드업은 턱없이 모자랐다. 여전히 3-4-3을 썼으며 간혹 3-1-5-1, 3-1-4-2 형태로 바뀌기도 했지만 마르티네스의 이 변화는 다소 의아했다. 나세르 샤들리는 들어온 지 4분 만에 부상으로 다시 나갔는데 데니스 프라트가 중앙 미드필더 자리로, 틸레망스 대신 드리스 메르텐스가 들어오면서 데 브라이너가 중앙 미드필더 자리로 가는 등 큰 변화 없이 선수만 바뀌는 모양새에 지나지 않았다.

 

때문에 도쿠는 왼쪽 윙백으로 옮겼고 마르티네스가 둔 변화는 직접적인 영향력은 없었지만 오히려 벨기에가 스스로 빌드업을 통해 만들어나가기보다는 이탈리아가 볼을 잃었을 때 발생하는 역습에 더 의존하게 만들었다. 

이탈리아는 잘 짜인 4-5-1 미디엄 블럭<짧고 좁은 수비 형을 형성, 상대를 넓게 플레이하게 유도하는 방식으로 페널티 박스를 수비하기에 용이하다>을 펼쳤다. 

이 수비 전술은 맨 마킹을 기본으로 하지만, 깊게 내려앉은 이탈리아는 좀 더 촘촘하게 중앙을 꽉 틀어막아 대단한 효과를 봤다. 바로 이탈리아가 최정상이던 시절 트레이드 마크이자 시간을 보내는데 최고이며 아주리의 빈티지한 토너먼트 방식이 아니던가.

 

 

 

 

요점

 

 

 

벨기에는 탈락했고 사실 떨어져도 이상할 것 없는 경기였다. 유로 2020 이전 그들의 5-2-3 블럭은 상대의 패스 진로를 효과적으로 막는 전술이었을지 몰라도, 이탈리아 같은 팀을 상대하자 미드필드 측면이 열려버린 것은 불 보듯 뻔한 것이었다. 마르티네즈는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내지 못했다. 

만치니의 아주리 군단은 준결승전에 올랐으며 지금까지 대회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팀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피나촐라의 부상은 분명 큰 타격일 것이며 상대 진영에서 매우 높은 위치까지 전진하는 그의 역할은 여태까지 팀에 아주 큰 이점을 가져다줬음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스페인과의 일전은 분명 전술적 관점에서 아주 흥미롭고 군침이 도는 한 판이 될 것이다.

 

 

 

 

 

원문링크

https://betweentheposts.net/belgium-italy-1-2-euro-2020-tactics-tasteful-italians-build-roads-through-halfspaces/

 

 

패스맵, xG 등의 분석 자료를 게시하는 비트윈 더 포스트에서 유로 2020 기간 동안 무료로 열람할 수 있게 오픈하고 있네요.

원문에서 조금 오류인 듯한 부분도 있고 선수도 착각하고 해서 조금 바꾼 것도 있습니다. 

양 팀의 xG는 많은 찬스를 만들었던 이탈리아가 점진적으로 증가한 반면, 벨기에는 PK와 60분 경 루카쿠의 슛, 두 차례 급등했습니다.

글의 내용과 공감가는 부분은 벨기에 역습은 '데 브라이너의 선택지가 많지 않을 때' 이뤄졌다고 했는데, 그만큼 수비적으로 경기를 하느라 역습에 많은 수를 둘 수 없었고 도쿠에 의한 드리블 돌파가 가장 효율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벨기에가 전반전에 인-플레이에서 만든 두 번의 슛은 xG 상으로 어차피 막힐 볼이었다고 간주하고 있나 봅니다. 기회에 비해 xG는 비기거나 벨기에가 이길만한 경기라고 해석하고 있네요. 이탈리아의 칼 끝이 날카롭지 않긴 했습니다. 쿠르투와를 직접적으로 위협할 만한 슛은 많지 않았죠. 하지만 경기 내용은 이탈리아가 승리해야 마땅한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Zone 14 플롯이나 하프스페이스 점유를 볼 때, 이탈리아는 훌륭한 소유권 지배를 해냈고 단순히 지배적인 운영 뿐 아니라 많은 인터셉트를 해내며 훌륭한 팀 압박으로 벨기에 공격의 예봉을 끊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리커버리 횟수가 34 대 45니 알 만하네요. 보누치의 롱 볼도 인상적이었는데 21개 시도해서 15개를 성공시켰습니다. 임모빌레는 좋지 않은 터치만 7회, 소유권을 내준 횟수만 3번으로 좋지 않은 경기를 했고, 긍정적인 부분은 키 패스 하나 뿐이네요.

 

많은 의, 오역이 있으며 맞춤법 등 지적은 감사히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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